[단독] “현수막 버렸다고 발길질, 멱살잡이”…입주민의 경비원 ‘갑질폭행’
[단독] “현수막 버렸다고 발길질, 멱살잡이”…입주민의 경비원 ‘갑질폭행’
  • 안경선 기자
  • 승인 2020.11.1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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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걷어찬 다음 주먹으로 제 가슴을 치면서 멱살을 잡았어요.”

입주민의 ‘갑질’로 세상을 마감한 고 최희석 경비원 사망사건 후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고령의 경비원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것이 무색하게 대구의 한 빌라에서 경비원에게 갑질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8일 대구 달성군 ‘C빌라’의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입주민이자 ‘C빌라’ 운영위원회 위원인 B씨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경비원 휴게실에 1주일간 방치된 현수막을 쓰레기 처리했다는 것.

A씨는 “보관해 달라는 말도 없었고, 이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펼쳐놓은 채 1주일간 경비원 휴게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현수막이었기에 ‘쓰레기로 생각하고 버렸다’라고 하자, ‘그게 어떻게 쓰레기냐?’라며 B씨가 내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발로 차며 위협 후 주먹으로 가슴을 때린 뒤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CCTV 화면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대화를 하던 도중 A씨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걷어찬 뒤 A씨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멱살을 잡고 약 3m를 끌고 갔다.

A씨를 비롯한 그의 가족은 “B씨에게 그날의 폭행에 대해 사과받지 못한 채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하니 제 입장에서는 지금도 무서울 수밖에 없다”며 두려움을 나타냈다.

또한 사건을 접한 A씨의 딸은 “적지 않으신 연세에 힘들게 일하시는 아버지가 뉴스에서만 봐오던 경비원 갑질폭행을 당한 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CCTV 안에서 힘없이 당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보고 너무나 참담했고 사건 당시에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던 제 자신이 비참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B씨는 “대화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 과잉행동을 한 것 같다”며 폭행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B씨는 “자기 눈에는 쓰레기로 보여서 쓰레기로 버렸다고 말하는 경비원의 말에 감정이 순간적으로 북받쳐 올랐고 과잉행동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B씨가 속해있는 빌라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해당사건을 인지 후 “두 사람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운영위원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B씨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꾸중을 많이 들었다. 설사 B씨가 잘못한 게 없더라도 사건 전후를 보았을 때 경비직원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B씨가 A씨의 멱살을 잡고 폭행한 상황은 삼촌뻘 되는 분에게 좋지 못한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변호사는 “CCTV 영상의 상황을 볼 때, B씨가 A씨에게 행한 발차기와 멱살을 잡는 행위는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상황이므로 폭행죄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A씨는 B씨를 폭행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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