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강창호 한수원 노조지부장 “월성1호기 폐쇄는 범죄행위…정재훈 사장 ‘소신’과 ‘철학’ 있어야”
[단독 인터뷰] 강창호 한수원 노조지부장 “월성1호기 폐쇄는 범죄행위…정재훈 사장 ‘소신’과 ‘철학’ 있어야”
  • 유준상·오재우 기자
  • 승인 2020.03.0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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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8일 탈원전 반대에 앞장서 오던 강창호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 노조지부장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회사와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와 한수원 사장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그의 이력을 감안하면 일종의 보복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4일 본지 기자와 만난 강창호 노조지부장은 ‘자신의 직위해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산업부 및 한수원 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Q. 지난달 한수원으로부터 직위해제 조치가 내려졌는데

“한수원이 탈원전을 추진하는 사실에 대해 계속 저항을 해왔다. 산업부 장관을 신한울 3‧4호기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과 관계된 산업부 공무원, 한수원 관계자, 삼덕회계법인 관계자까지 여러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저는 20년 넘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해온 근로자이자 원자력 기술사다. 원자력 관련 자격증도 10개가 있다. 공익제보로 국민과 언론에 한수원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제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 것이다.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건 역주행 조치라고 본다. 쫄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

Q. 한수원이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명분은 무엇이었나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정재훈 사장 해임촉구 기자회견을 한 점, 2월 8일 직원 150명에게 메일을 발송한 점, SNS 활동을 한 점 등 세 가지다. 국회 정론관에서 열었던 기자회견에서는 한수원의 직원 인사 정책을 문제 삼았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한상길 새울원자력본부장은 월성1호기 생매장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라 볼 수 있다. 기자회견 이틀이 지나고 이들을 비롯한 회사 간부들에게 ‘준법 근무’를 당부 드린다는 메일을 발송했다. 그런데 그걸 협박이라 하더라. 이후에도 회사 직원들에게 메일 발송과 개인 소셜네트워크(SNS)에 활동한 내용을 갖고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Q. 지난해 12월 산업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대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취소됐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사업법’에 근거해 법적으로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사업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대통령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더라도 이행을 위해서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성 장관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기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취소된 바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법-시행령-시행규칙이 있고, 이하 고시-행정규범이 존재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행정계획에 속하며 법이 허가한 사항을 변경할 권한이 없다. 성 장관의 발언은 손주가 증조, 고조할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뒤집어엎은 거다. 장관이 월권을 행사한 것이다.”

Q. 올해 2월 정재훈 사장 해임촉구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배경은

“한수원이 각 사업소의 원자력 종사자들을 강제 순환 배치시켰기 때문이다. 원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점이 안전인데 강제 순환 배치는 원전의 안전을 위협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리1호기를 포함해 총 7개 원자로 노형이 있고, 각 노형마다 독자적 면허가 있다. 용어, 운전법, 정비법, 독도법 등이 노형별로 다르다. 그래서 직무를 순환시키면 전문성이 훼손되면서 원전의 안전을 위협한다. 원전의 안전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또 한수원의 인사 지침엔 ‘보직 순환을 하되 직무의 전문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한수원 내부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다.”

Q. 한수원이 원전 종사자 순환 배치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 회사는 2030년까지 추가적으로 원전 11기를 폐쇄해야 한다. 또한 1만2600명 규모의 종사자를 8000명대로 줄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기업인 한수원은 노조가 있고 임금 수준도 상당히 높다. 이 시기 강제 순환 배치는 경영자가 노동수요의 탄력성을 얻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않을까 한다. 종사자가 제 발로 안 나가려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 강제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두산중공업과 같이 추후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권유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해본다.”

Q. 정재훈 사장 해임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한수원 홍보실, 노무처 등 간부 8명이 동원됐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언론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한수원 관계자에게 연락이 와 ‘제목부터 수정하라’라는 요구를 받은가 하면, 편집국 직속 부장에게 ‘데스크를 무시하냐. 한수원 출입 그만하고 비(非) 발전사 맡으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떤 기자는 ‘구조조정은 제가 당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수원의 압박으로 게시한 기사의 제목과 부제목이 바뀌는 것은 다반사였고, 기사가 일방적으로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한수원이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고, 종사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Q. 한수원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그 시기 한수원에 비상식적 일들이 벌어졌다. 정재훈 사장은 2018년 4월 취임 후 처‧실장급에 대해 보직 이동 및 직위해제를 단행하고, 자신의 인사권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탈원전을 시행한다. 한수원은 앞선 3월 자체보고서를 통해 월성1호기 경제성을 3707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 사장 취임 후 삼덕회계법인과 경제성 평가 용역을 시작하더니 5월 회계법인 분석에서 1778억원으로 내려갔다. 불과 2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초안 재검토 회의가 열렸다. 한수원과 삼덕회계법인만 참여하면 되는 재검토 회의에 산업부 공무원이 동석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6월 최종보고서에 월성1호기 경제성은 224억원으로 처참하게 난도질당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한 후 한수원은 이틀 뒤인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한다.”

Q. 최재영 감사원장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3개월 이내 국회에 감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지연될 경우 2개월에 한해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다. 연장 기한을 합해도 올해 2월 29일이 마지노선이었다. 그런데 직전인 2월 18일 감사원장과 정세균 총리와 만남이 이뤄졌다. 이 만남 다음날 총리실 직원 한 사람이 감사위원으로 선발됐고, 감사원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2월 안에 발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정재훈 사장은 입사 두 달 만에 월성1호기를 폐기했다. 감사원이라는 거대조직이 다섯 달째 조사만 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감사원이 정치집단화 된 것 아닌지 의혹을 제기한다. 직무유기, 국회법 위반, 국민 배신을 명목으로 감사원장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월성1호기 폐쇄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Q. 마지막으로 한수원 측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행정계획을 만들면 사업자는 실행을 한다. 공기업 사장도 엄연한 사업자다. 정부의 오더가 있더라도 사업자가 취해야 할 기준과 생각을 갖고 검토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이관섭 전 사장은 자기 소신과 철학을 갖고 일했다. 정부의 주문이 있더라도 한수원은 사업자로서 분별력을 갖고 검토한 후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같은 기준을 상실하게 되면 원자력 회사에서 원자력을 죽이는 우스꽝스러운 현재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 정재훈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경영자들은 이러한 점을 꼭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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