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타다] 2차산업 역군 '봉고'…아버지들의 희로애락 담다
[다타다] 2차산업 역군 '봉고'…아버지들의 희로애락 담다
  • 윤진웅 기자
  • 승인 2019.10.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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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브랜드의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경우가 있다. 대일밴드,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브랜드 이름을 제외하면 달리 부를 방법이 없다. 브랜드와 상품의 이미지가 하나로 합쳐져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봉고가 그 주인공이다. 봉고는 1980년 기아차와 마쯔다의 기술제휴로 탄생한 1톤 트럭이다. 승합차는 트럭 출시 1년 뒤인 1981년에 공개됐다. 당시 승합차 모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봉고는 승합차’라는 공식(?)이 탄생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모든 승합차가 ‘봉고차’라 불리기 시작했고 2세대 와이드봉고, 3세대 봉고프론티어, 4세대 봉고3가 나왔지만 아직 봉고의 이미지는 승합차에 가깝다.

그러나 곧 ‘봉고는 승합차’ 공식이 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지난 9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소형 트럭 ‘봉고3’신형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등 안전장치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운전석 통풍시트, 풀오토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룸미러 고속도로 하이패스 자동요금 징수장치 등도 선택 가능하다.

봉고 신형 출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최근 봉고3(2014년식)을 시승했다. 트럭에 익숙지 않은 탓에 처음 몇 분간은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운전이 재밌게 느껴졌다. 높은 포지션과 눕혀진 핸들 그리고 넓은 시야는 마치 버스를 운전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짐칸에 따로 물건을 싣지 않은 탓에 차 앞뒤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방지턱 등을 지날 때마다 차량은 생선처럼 펄떡였다. 장거리 운전 후에 쌓일 피로감이 걱정될 정도라 허리받침대와 차량용 목베개 하나쯤은 필수로 장만해야겠다.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면 속도감은 더 빠르다. 큰 앞유리를 통해 보이는 도로사정도 한몫하지만, 보닛이 없다는 불안감에 괜스레 속도를 줄이게 된다. 여기에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지면에 따라 흔들리는 차체가 더해지면 약간의 공포가 느껴지면서 규정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운전에 있어서는 조금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트럭의 용도는 짐을 싣기 위함이다. 다른 기능을 따지기 전에 적재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봉고는 1열 좌석의 뒤 공간의 여부에 따라 표준캡과 킹캡 모델로 나뉜다. 1열 뒷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표준캡은 그만큼 적재함의 공간이 확보된 반면, 킹캡은 1열 뒷공간을 마련해 실내 적재하거나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다. 적재함의 차이(1.2톤 기준)는 표준캡이 3400mm, 킹캡 3135mm이다.

앞뒤로 다른 크기의 타이어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뒷타이어를 복륜으로 배치해 적재함의 무게를 분산하고 펑크 등의 사고를 예방했다. 또한 크기가 다른 앞뒤 타이어를 고려해 스페어타이어를 두 개 준비한 세심함도 볼 수 있다.

4차 산업을 바라보는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2차 산업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봉고는 우리 아버지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차다. 겉모습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생계를 책임진다는 점이 가장의 모습과 닮았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서민들의 삶에 이바지하는 봉고와 그 오너들에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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