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노동자들의 424일 간의 고공농성, 그들은 왜 굴뚝 위에 있나
파인텍 노동자들의 424일 간의 고공농성, 그들은 왜 굴뚝 위에 있나
  • 안경선 기자
  • 승인 2019.01.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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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노동자들이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진행하고 있는 굴뚝 위 고공농성이 해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조합원 홍기탁, 박준호씨가 굴뚝 농성 421일차인 지난 6일부터 무기한 고공 단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오가는 혹한의 날씨 속에 돌입하는 고공 단식은 목숨을 거는 참혹한 일과 다름없다.”고 말하며 “동료들이 설득하고 있지만, 농성자들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75m 위의 굴뚝에서 생명을 건 고공농성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합섬’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파인텍은 2006년에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한국합섬 노동자들은 멈춰버린 공장을 지키며 공장 정상화에 매달렸다. 이후 2010년 7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고용보장과 공장 정상화를 약속하며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스타케미칼’ 법인을 설립하며 다음 해인 2011년 3월부터 스타케미칼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공장이 재가동된 지 1년 7개월 만에 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스타케미칼을 폐업하겠다며 선언했다. 168명의 노동자 중 139명이 권고사직 하였고, 회사의 권고를 받지 않은 29명은 해고 당했다. 2014년 5월, 차광호 노조 지회장은 경북 구미에 있던 회사 굴뚝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고 다음 해인 2015년 7월 스타플렉스로부터 고용을 승계하고 단체협약을 2016년 1월 안에 체결한다는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회사 복귀 과정에서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스타케미칼 대신 스타플렉스가 세운 다른 회사인 파인텍으로 옮겨 일을 시작했고, 회사 복귀 후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감을 주지 않았으며 애초 체결하기로 했던 단체협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파인텍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미체결 등 합의불이행’ 등을 이유로 2016년 10월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이에 맞서 파인텍 사측은 공장을 폐쇄했다. 다시 오갈 데가 없어진 노동자들은 모회사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17년 11월 12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와중 지난해 27일, 고공농성이 시작된지 411일만에 처음으로 노사 간 첫 교섭이 이루어졌다. 이 날 교섭에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직접 참석해 노조측은 첫 교섭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교섭에서도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한 채 교섭은 종료되었고 이후 3차례의 교섭이 더 진행됐지만 타결의 실마리는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파인텍 노조는 김세권 대표를 고용 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스타플렉스와 거래하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파인텍 노동자들이 처한 반인권적인 상황을 폭로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김세권 사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본인은 어떤 경영, 고용,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파인텍과 노동자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상 두 노동자들의 굴뚝 위의 외로운 싸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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