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43조 쓰고도...' 영유아 유기 급증 막지 못하는 이유는? [이뉴스TV]
'예산 143조 쓰고도...' 영유아 유기 급증 막지 못하는 이유는? [이뉴스TV]
  • 안경선 기자
  • 승인 2018.11.2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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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년간 저출산 예산으로 143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영유아 유기·살해까지 증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8시 40분쯤, 전북 익산의 한 원룸 주차장의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 A씨는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쓰레기 더미에 놓여진 검은색 봉투 안에 아직 탯줄도 잘리지 않은 상태로 태반과 함께 숨져있는 신생아가 있었던 것. A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B씨(23)가 신생아를 유기하는 장면을 확인한 뒤, 오후 3시경 원룸에 있던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동거남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영.유아의 유기․살해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1일 경기 안산의 한 공원에서 탯줄이 달린 영아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 6월에는 경기도 오산에서 사탕깡통 안에 여 신생아를 넣어 유기한 혐의로 10대 여학생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아 유기·살해 건수가 2018년에만 8월까지 142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 영아 유기·살해 건수는 87건, 2015년 57건, 2016년 116건, 2017년 177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영아 유기·살해 건수가 늘고 있는데는 ‘반드시 출생신고가 이루어진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입양특례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미혼모는 신분 노출을 이유로 출생 신고를 꺼리는데, 입양할 때 출생신고 서류를 요구하는 것이 영아 유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미혼모 지원책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비판도 있다. 미혼모 지원책이 가정위탁이나 입양가정 지원보다 부실하다는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양육보조금 월 13만원이 전부로, 연간으로는 156만원 내외 규모다. 반면 가정위탁은 양육보조금이 월 20만원씩 나오며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비(월 50만2000원), 상해보험료(연 6만5000원), 심리치료비(월 20만원) 등 연간 1088만9000원의 금전적 지원은 물론 의료비와 교육비도 무상지원 된다. 김 의원은 "미혼모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장 적다"며 "이는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지원 대책을 보건복지부가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영유아 유기·살해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9천억원 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서 아이를 홀로 키우는 부모가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아동 연령을 14세에서 18세로 조정하고, 지원금도 월 17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출산 후 보조금 지원에 쏠려 있는 정책이어서 예방책이 못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아이를 유기하더라도 이로 인해 처벌받는 사례가 비교적 많지 않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영아 유기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으나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과 영아 유기의 특성상 검거가 어려운데다 뒤늦게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유기 사유가 대부분 양육능력 부족이라 무혐의 처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경찰에 적발된 영아 유기 619건 가운데 검거된 사례는 191건(30.8%)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33%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영유아 유기·살해 사건이 증가하는 이유가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하므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차라리 낙태를 했다면, 이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게 낙태 찬성 측 입장이다. 주부 C씨(36)는 "신생아 유기 사건을 볼 때마다 낙태를 합법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으로 강제화했을 때 이런 부작용만 있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국내선 낙태가 불법이지만 실제 낙태를 고려하는 이유는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16~44세) 2006명 중 26.9%(593명)가 낙태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29.7%가 경제적 이유를 댔고, 20.2%가 학업이나 일 때문에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측에선 합법화 할 경우 낙태가 더 늘어날 것이라 주장한다. 직장인 D씨(39)는 "낙태를 합법화할 경우 지금보다 낙태 건수가 더 많이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차라리 이 같은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육아에 있어서 잘 갖추어진 사회 제도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고언일 것이다. 정부가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갈수록 악화되어져 가는 출산율과 영유아 유기.살해가 급증하는 사회현상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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